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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 폴오스터

by 진욱. 2013. 6. 9.



달의 궁전

저자
폴 오스터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0-03-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따뜻한 감성과 심오한 지성, 폴 오스터 마르코 스탠리 포그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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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리뷰)

멋진 작가와 작품을 통해만나는 것만큼 애독가에게있어서 최고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김훈과 처음 만날때, 사라마구와 처음만날때도 그랬고, 로맹가리와의 만남도 그랬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폴오스터 역시 나에게 최고의 순간을 맛보게 해주었다.

 

제목이 달의 궁전인 이유는 무엇일까?

달의 궁전이라는 중국음식점에서 보았던 3대를 연결해주는 '태양은 과거고 세상은 현재고 달은 미래다'문구때문일수도..주인공 마르코가 몽상가이기 때문일수도..차올랐던 달이 줄어들고줄어들어 아무것도 없어진 순간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에서 삶을 볼 수 있기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은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였지만, 어쩐지 이제부터는 미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태위태한 삶을 살고 싶었다.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본 다음, 거기에 이르렀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다.

 

 

마르코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머니가 죽고나자 그는 삼촌 빅터와 살게되나, 빅터마저 그에게 집과 1천4백92권의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의지할 곳이 없어진 그는 말그대로 막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막사는 모습은 독자에게 무엇인가 부러움을 던져준다(1500여권의 책을 말하는건 아니다 ㅋ). 

그가 공원에서 지내면서 내면을 탐험하는 장면은 뒤에 나올 에핑과의 생활과 더불어 이 작품의 백미중 하나이다.

 

키티우에게 구원을 받은 그는 구인광고를 통해  에핑이라는 노인의 말상대가 되어주고 작품은 절정에 이르른다. 눈이 안보이는 그를 위한 평범한 일상에대한 묘사는 작품속에서 작품을 보는듯하고, 그와의 알 수 없는 대화는 인간을 느끼게 해준다.

 

에핑이 죽고난 후 에핑이 버렸던(;;) 아들인 바버를 만나게되는데... 우린 그가 마르코의 아버지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드디어 드러난 3대의 비밀...그리고 마르코가 겪었던 이상한 경험들은 운명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만들어낸 장난스러운 우연과 필연이였다는 것을:-)

 

그러나 바버는 그가 아버지라는 것을 밝히는 순간 사고를 당하고 얼마후 죽게된다. 사랑했던 키티마저 그를 떠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위에서 말했듯이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것'뿐이다. 사막을 횡단해 그는 땅의 끝(서쪽 해안)에 이르른다. 하지만, 거기 있는 것은 바람과 파도, 중국 해안까지 곧장 이어진 공허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그런 것이였다. 한집 두집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언덕에 달이 떠오른다.달아오른 돌처럼 노란 둥근 보름달을 보며 그는 새출발을 말한다.

 

작가들이 작품을 쓸 때 독자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을 하고, 조사를 하고, 최상의 표현을 하기위한 노력을 한다고 한다. 단지 독자들이 그것을 알지 못할 뿐... 오스터의 이 작품은 그런 생각과 조사, 표현이 가득하다. 어쩌면 그것을 독자가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에 그렇게 많은 매니아들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빅터삼촌을 잃었을 때의 마르코의 내면, 에핑과의 생활동안 나타나는 묘사, 사소한듯하지만 쉽게 지나가지 않는 주변풍경묘사와 시간에 따른 그림자의 흐름...

작품에 따라 일독으로 끝나도 될 작품이 있고 다독을 해야할 작품도 있는데 분명 이 작품은 여러번 읽어봐야 더욱 그 맛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이번 또한 항상 너무 작품에 빠져들면 뒤따르는 부작용으로 한동안 고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로맹가리를 읽으며 그 지독한 인간의 상처 속에서 권총자살을한 로맹가리의 부작용을 느꼈다면(한국엔 권총을 구하기 쉽지 않아 다행 ㅋ 응?). 이 작품을 읽고난 지금은 몽환적 내면의 여행을 한 마르코를 따라가고 싶은 느낌에 고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떨어져 죽기 직전에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내가 그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떨어져 내리는 두려움이 줄어들지는 않았더라도 그 두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조망을 얻은 것이었다.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쳐 나를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 가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