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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17

파괴, 그러나 아름다운 연주가 남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 제프 다이어 📖 재즈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바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나도 멋있어 보이기 위해 재즈를 들어보려 했지만, 왜 항상 초창기 재즈부터 설명해주는지, 그리고 왜 요즘 재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ㄷ 않는지 의문이었다. 📖 재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 역시 모든 재즈 관련 책들이 그러듯 레스터 영, 텔로니어스 멍크, 버드 파월, 벤 웹스터, 찰스 밍거스, 쳇 베이커, 아트 페퍼, 그리고 듀크 엘링턴이라는 초창기 재즈 연주자들을 그려낸다. 재즈를 들을 때 다른 이의 연주를 차용하여 자신의 소리로 바꾸는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며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알고 들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새로운 창조라고 생각하며 들을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 2022. 4. 1.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x남궁인 📖 제목인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는 이 편지의 핵심이며, 모든 사람들 사이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상대는 나와 다른 독립된 존재이기에 당연히 오해가 뒤따른다. 누군가는 그 오해를 가만히 둘 것이고, 또 누군가는 오해를 구체적으로 집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이다. 📖이슬아는 그 오해를 구체적으로 집어내는 사람이고, 남궁인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사람으로 이슬아가 남궁인을 이끌어내는 양상이다. 피상적인 관계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다. 초반에 그녀가 '답장을 주신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더 좋은 우정의 세계에 진입할 것입니다'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좋은 서간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좋은 대화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 2022. 1. 4.
『쳇 베이커』 - 제임스 개빈 📖 소설이나 음악이나 예술가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독립된 삶을 산다고 생각하기에 작품과 예술가는 따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려 해도 자꾸 다른 생각이 들게 하는 음악가가 여기 있다. 📖 처음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을 들었을 때의 신비로운 목소리, 그의 부드러운 트럼펫 연주를 듣고 반해서 음주와 함께 자주 들었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본 마약으로 얼룩진 그의 삶은 그의 연주와 완전히 대척점에 있었다. 📖 이 책을 샀던 것은 그때였다. 아무리 작품과 예술가를 다르게 보아야 한다지만, 쳇 베이커는 정도가 좀 심해서 도저히 따로 보기가 힘들었다. 이럴 때 보통 두 가지 방법을 택하는데 그냥 마음에서 놓는다거나 작가를 좀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이다. 쳇베이커를.. 2022. 1. 4.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사사키 겐이치 자강두천이란 말이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서 유래한 '자존심 강한 두 천재들의 대결'이란 의미다. 일본 사전 편찬계에 전설적인 두 인물이 있다. 겐조와 야마다. 이 둘이 자강두천 한 이야기를 써낸 글이 있다.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이 두 천재들이 함께 사전을 만들고, 어떤 이유로 인해 갈라지고, 각자가 또다시 엄청난 사전을 만들어낸 경위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과정과 성과를 이루어 냈는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그들의 특징은 무엇일지, 특히 그들이 갈라진 이유에 대한 추적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진정한 이유까지. 정말 흥미로운 것은 사전이라는 어쩌면 가장 필자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매체에 이 두 필자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소설에만.. 2021. 4. 27.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 김민철 나에겐 해외여행이 삶에서 필수이거나 필수에 가까운 요소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국내 여행파이고 이유는 단순하다. 비행기 값으로 술 사 먹기 위해서. 즉 내게 있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술 마시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보단 술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 해외여행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김민철 작가님은 술이나 여행 스타일에 있어서는 나와 같지만 여행의 중요도는 정반대인 것 같다. 그녀는 여행을 가야 하는데 여행을 갈 수 없기에 기막힌 방법을 찾아낸다. 그렇게 나온 책이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이다. 김민철 작가님은 '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처음 만났고, 그 책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행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또 여행에 관련된 책이 나왔으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2021. 4. 5.
네 눈동자 안의 지옥 - 케서린 조 [창작과 비평]의 서평단 활동으로 케서린 조의 『네 눈동자 안의 지옥』 의 초반부를 받아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논픽션이다. 캐러신은 아이를 출산한 후 갑작스레 '산후 정신증'이라는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고 정신병원에 갇힌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기 자신마저 현실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였으나 남편과 자기 아들을 적어둔 가계도를 시작으로 차츰 기억과 현실을 찾아간다. 이 작품은 그 과정에서 남편이 준 노트에 적어나간 기록들이다. 주인공의 노력들에서 우리는 기억을 기억하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기록이 인간 정신에게 얼마나 건강한 행위인지를 다시 깨닫게 해준다.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부분까지에는 케서린이 아직 정신증 발작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그 원인이나 극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 2021. 4. 4.
보이지 않는 잉크 - 토니모리슨 -보이지 않는 잉크 -토니 모리슨 -바다출판사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의 강연, 글 등을 모은 산문집이다. 총 43개의 짧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흑인, 여성의 그녀의 개별성에서부터 시작해서 인종, 타자, 젠더, 교육, 신자유주의 민주주의 등 사회적 문제까지 성찰한다. 이 산문집이 특별한 이유는 '소설'을 쓰는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 성찰의 눈에 대한 행동으로 자신이 어떤 작품들을 썼고 빌리어드, 재즈 등 그녀의 작품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녹여내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것을 생각하고 설계하며 글을 쓰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그녀는 독자가 소설에서 제시하는 것만 이해하고 즐기는 것으로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설사 못 알아차리는 독자가 있을 수 있더라도.. 2021. 3. 28.
불평등의 세대 - 이철승 민주 사회를 만들겠다고 자신들을 희생해가며 운동하던 사람들을 지도 권력으로 만들었고 변화된 세상을 기대했다. 자유로운 개인이 서로 존중하고 사회적 위험을 분담하고, 노동의 대가를 적절히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도 같다. 왜 일까? 이철승의 는 그 이유를 들려준다. 핵심은 386 세대가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세대의 기회(운)를 통해 이 위계 구조의 상층을 '과잉 점유'하면서 세대와 위계가 얽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민주주의 투쟁 등 이념으로 만들어진 연대와 그 이념으로 만들어진 노동조합 등 단체이다. 운은 금융위기와 베이비붐이라는 시대를 타고났다는 것,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시기였다는 것.. 2021. 3. 17.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애도는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애도의 가장 좋은 방법은 떠난 사람을 온전히 다시 만나는 것이다. 다시 만나면 못다 한 말도 하고 포옹이라도 한번 하고 보낼 수 있겠지. 물론 불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사람을 통째로 기억해서 그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애도가 되지 않을까? 많은 작가들이 이런 애도의 방법을 시도했다. 는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롤랑바르트의 하루하루의 기록이었다. 나에겐 아니 에르노의 역시 마찬가지로 읽혔다. 아니 에르노는 아버지를 애도하기 위해 그를 기억하고자 한다. 다만 예술적으로 조작되거나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기억이면 안된다. 아버지 그 자체로 돌아와야 한다. 조작된 아버지를 만들어내면 그녀는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 만약 아버지를 그려내는데 거짓이 필요하다면.. 2021. 3. 9.
사진의 용도 -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라는 문학” 누가 뽑은 표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문구를 본 이후로 언젠가는 아니 에르노 책은 언제고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이름이 곧 문학의 장르가 될 수 있는지. 그러다 고른 작품이 였다. 소재가 너무 매력적이다. 연인과 함께 사랑을 나눈 다음 날 흔적, 특히 벗은 옷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며 쓴 글들. 처음엔 그냥 재미난 소재라고 생각하고 읽었지만, 이 글은 그렇게 가벼운 내용이 아니었다. 아니 에르노는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이제 그녀와 연인 마크 마리는 그녀의 죽음까지 함께 셋이 하는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이때 그녀는 그전부터 생각해왔던 연인과 섹스가 끝난 후 그들이 벗어놓은 흔적들을 찍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며 완성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 2021.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