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더라도 2022년에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보기로 결심했다. 어제부터 한 결심이니 왜 4일이 첫 글이냐고 묻지 말라.
내 눈에 지금 Glengrant 15가 눈에 보인다. 12년은 마셔보았는데 15년은 아직이다. 15년은 좀 특별하다. 배치 스트렝스라는 이상한 이름을 달고 나온 이 녀석은 캐스크 스트렝스나 배럴 프루프랑 달리 '물 조금만 탔어요~'정도의 느낌이다.
어쨌던, 이제는 내가 꿉꿉한 느낌을 보이는 쉐리 위스키보다는 프루티 한 버번 캐스크, 또는 와인 피니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글렌 그란트 15는 부자가 아닌 내가 접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다.
문제는 "빨리 까고 싶다"라는 나와 "배치 스트렝스 1이면 2, 3 나올 때까지 가지고 있어보면 멋지지 않을까?"가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마시고 싶은 나는 술을 좋아하는 나이면서 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나이다.
모으고 싶은 나는 2~3개의 시리즈가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것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나다.
항상 mbti 검사할 때마다 소심한 관종이라고 나오는데,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공통된 것 보면 역시 난 관종인가 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나에게 지금 위스키가 한 40여 종류가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뚜껑이 열려있다. 한 병 마시는데도 오래 걸리는데 이렇게 다 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입 짧은 사람이 반찬 이거 저거 건드리듯 다 조금씩 건드려둔 상태이다.
난 물건을 살 때도 가능한 한 빨리 받고 싶고 받자마자 열어버리고 싶고 사용해보고 싶어 하는 성미다. 이런 성미가 위스키에도 사면 바로 열어보고 싶어 이거 저거 뚜따를 해버린 게 아닐까 싶다.
방금 읽은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는 부모와 아이가 만나는 것은 태어나면서 만나는 것이 아닌 "점차 한 사람의 개인으로 성장하고, 확장되고, 여러 가지 경험을 축적하고 체화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부모를 만난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떤 시간이 지나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난 그런 기다림을 갖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알면 고치면 좋을 것을 지금도 자꾸 글랜 그란트 15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것 보면 아직 더 수양을 쌓아야 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