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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구절

돌이킬 수 없는 것 - 보들레르

by 진욱. 2013. 6. 12.

I

하늘에서 쫓겨나 [천국]의 어떤 눈도

미치지 않는 진흙의 납빛

[지옥]에 떨어진

하나의 [관념], 하나의 [형태], 하나의 [존재];


무모한 나그네, 한 [천사],

기형적인 것에의 사랑에 홀려

엄ㅊ어난 악몽 밑바닥에서

수영하는 사람처럼 버둥거리고,


어둠 속에서 빙빙 돌며

미친 사람처럼 노래하고,

거대한 소용돌이 거슬러

분투한다, 침울한 번뇌여!


파충류 가득 찬 곳을 빠져나오려고

빛을 찾고 열쇠 찾으며

쓸데없는 암중모색에 

빠진 불행한 자;


음습한 깊은 바닥 냄새 고약한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인광 번뜩이는 커다른 두 눈으로

밤을 더욱 어둡게 하고,


저희들만 비추는

끈적끈적한 괴물들이 망보고 있는

난간도 없는 영원한 계단을

등불도 없이 내려가는 천벌받은 자;


수정의 덫에 걸리듯

극지에 갇혀

어떤 숙명의 해협에서 이런 지옥에

떨어졌는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한 척의 배;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분명한 상징, 완벽한 그림,

그것들만 보아도 생각난다,

[악마]가 하는 짓은 언제나 모두 완벽하다는 것이!




ii


제 모습 비치는 마음의 거울은

흐림과 맑음의 대담!

파리한 별 하나 떨고 있는

밝고 어두운 [진리]의 우물,


빈정거리는 지옥의 등대,

악마의 은총이 타오르는 횃불,

유일한 위안과 영광,

-[악]의 의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