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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 뮤리얼 스파크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 뮤리얼 스파크

by 진욱. 2021. 4. 19.

어떤 작은 세계만으로도 우리는 큰 세계를 표상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브로디 무리가 표상하는 어떤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브로디 선생은 자신을 따르는 소녀들을 자신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생각하게 키워낸다. 다른 이들보다 좀 더 똑똑하고 특별한 선택을 하며 매력적인 어떤 그룹. 

읽으면서 브로디 선생, 로즈, 샌디, 메리 등 각자의 매력이 가득한 이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빠져든다. 서술하는 형식 역시 미래와 현재를 넘나들고 샌디의 몽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등 흥겹다.

거기에 배신자는 누구인가라는 작은 장치까지 더해져 소설이 지겹지가 않다.

하지만 읽다보면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한다.

매력적인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자평하는 브로디 선생에게 이상한 점들이 보인다.

연애의 부도덕한 부분들, 브로디 무리를 자신의 입맛대로 키우려고 하는 점, 소녀들의 성장마저 조종하려 하는 모습 등

그리고 그것들을 정당화시키려고 하고 자신의 '전성기'를 주장하며 자기 확신을 통해 특별한 존재로 남는다. 그 모습은 그녀가 소설 이곳저것에서 힌트를 주던 그녀의 파시스트적 모습이다. 

그리고 미술 선생과 음악선생과의 관계를 통해 볼 때 그녀는 도덕적이지도 않다.

브로디 선생이 가장 믿던 샌디는 결국 미술 선생의 그림에서 브로디 무리의 모습들이 전부 브로디 선생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본다. 그렇게 각자의 개별성 회복에 실패한 것을 보고 브로디 선생을 배신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도덕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부터 성장, 파시즘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집단의 모습 등 겨우 160페이지 남짓하는 작품에 수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음이 신기했던 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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