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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연극 영화 뮤지컬

아이인사이드 - 롤란드 수소 리흐터

by 진욱. 2013. 6. 5.


 

하룻밤 사이에 본 두 영화가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나 생각해본다. 먼저 본 <<지단,  21세기의 초상>>이 줄거리 없이 concept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였다면 뒤이어 본 <<아이인사이드>>는 약간 과장해서 줄거리가 전부인 작품이였다. 멜로물도 좋아하고 액션물도 좋아하고 예술영화도 좋아하지만, 서사형식을 지니는 시각매체인 영화에서 가장매력적인 장르는 뭐니뭐니해도 '반전'을 지닌 작품인듯하다. 1시간 30분을 몰입해보다가 마지막 20분에서 모든게 뒤집히는..그래서 관객들에게 '헉'소리 나오게하는 영화는 우리에게 카타르시스까지 던져주니 말이다:-)

 

<<아이인사이드>>역시 반전영화이다.

아래부턴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안본 사람은 그냥 넘어가길 -ㅅ-

 

 범죄, 미스터리, SF, 스릴러 | 미국 | 93 분  
감독 : 롤란드 수소 리흐터 
출연 :  스티븐 레아(닥터 뉴먼), 파이퍼 페라보(애너), 사라 폴리(클레어), 라이언 필립(사이몬 케이블)

 

사이먼은 병원에서 깨어난다. 의사는 사고 후 2분동안 심장이 멎어있었다는 말과 함께 그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지만 그는 2000년부터 현재 2002년까지 2년간의 기억이 사라져있다. 담당의사는 단기 기억상실이라며 몇개의 힌트만 이어지면 기억을 되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혼란스럽기만하다. 그때 의문의 여인인 클레어가 찾아오고 부인이라는 애나는 그에게 이상한 소리를 한다. 그리고 그는 2000년과 2002년을 넘나들며 그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며 숨겨진 사실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끝나기 몇분전까지 이루어졌던 모든 일들은 사실 단지 환상이였을 뿐이다. 그의 죄의식이 만들어낸 환상..

이제 그 증거를 찾아보며 영화에 가득깔려있는 복선들을 찾아보자.

 

일단 영화의 사실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자.

 

1. 이 영화의 대부분 내용은 주인공이 차량 정면충돌 이후 응급시점 부터 사망 시점 까지 2분간 보았던 것으로부터 자신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 내용이다. 병원에서 일어났던 그 복잡한 수많은 사건들은 전부 다 환상이였을 뿐이다.

2. 형,자신,클레어 가 있었던 분륜관계, 그리고 형의 추락 병원으러 가던중 클레어와 차량 정면충돌 그것만이 진실이다.

 

자 이제부턴 그 증거들이다.

 

1. 사이먼은 죽었다는 증거

시작하자마자 의사는 사이먼에게 '당신은 죽었어요'라고 짚어준다. 뒤에 2분간 심장이 멈췄었다는 말로 넘어가긴 하지만 사실 이는 사이먼이 이미 죽은 상태이므로 반복되는 환상을 그만두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의사가 말한 현재 날짜는 2002년 7월 29일.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사이먼 사망날짜는 2000년 7월 29일 20시 02분.

2002년이란 연도는 사망시각인 20시 02분이였을 뿐..

Time of death.. Twenty O Two 에서 Twenty O Two는 연도를 읽을 때나 시간을 읽을때나 발음이 동일하다. 아마도 사이먼이 죽음의 찰나 저 단어를 듣고 2002년이란 환상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사이먼씨 당신은 죽었어요>

 

<사망시각 20시 02분>

 

또한 의사는 사이먼의 상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몇몇 효소 수치가 낮다고 말하는데 이유는 사이먼이 MRI를 찍기전에 말했던 "계단을 청소할때 쓰이는 화학약품"때문이다. 아마도 천장에서 떨어져 계단에 쓰러져있던 형을 옮기면서 일시적 중독이 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때는 2000년.. 2년전 중독된 것으로 병원에서 효소수치가 내려가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또한 사건이 일어난 직후라는 힌트.

 

형이 이야기해주는 이 대사.

"삶의 게임에서 피할수없는 법칙이 하나있지. 언젠가는 누구나 다 멈춰야한다는 것이지"

 

 

 

2. 상상을 반복한다는 증거

마지막즈음 형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형에게 레드와인 병을 한병 건네주는데...

조금 후 형이 그 병을 테이블에 놓는데 레드와인병이 잔뜩... 이미 이런 환상을 계속해서 반복했던 것이다.

 

또한 의사가 애나와 사이먼과 함께 얘기하다가 방을 나가기전에 "이제 그만갈게요, 지겹도록 보지않았수" 라고 말을 한다. 고작 몇분동안 같이 있었다고 의사가 그런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환상이 계속 반복되었다는 힌트일 것이다.

 

 

 

 

3. 모든 것이 환상일 뿐이였다는 증거

무엇보다 가장 큰 증거는 영화의 종료부분에 나오는 구급대원 얼굴들과 병원 등장인물들이 같다는 것이다. 사고 시점에서부터 병원에 실려올 때까지 얼핏얼핏 보였던 얼굴들과 말들을 재구성해서 그는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남자간호사..MRI앞에서 남자간호사가 이야기했던 "편히 계세요. 잠시 여행을 떠날거에요"는 구급대원이 이때

말했던 말..

 

그의 아내였던 애나 역시 구급대원

 

 의사 중 한명은 그의 아버지.. 처음 사이먼에게 '당신은 죽었어요"라고 말했던 의사는 사실 그의 아버지였다.

 

 

 

 형의 약혼녀와 불륜을 저지른 사이먼.. 그리고 거기에 얽혀 실수로 형을 죽음에 이르게한 그..

그는 그 죄책감에 죽기직전 4차원적인 사후경계속에 갇혀 환상을 반복한다. '죄책감' 으로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사후 세계관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여기저기에 상당히 치밀하게 깔아둔 복선이 다 본 후에도 날 즐겁게하는 작품이였다. 감독이 관객을 조롱한듯 여기저기서 "사실은 이거 다 환상인데~"라며 힌트를 주지만 감상자는 멋도 모르고 보다가 크레딧 직전에서야 환상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은 너도 죽은 사람이야"라는 식스센스 류의 반전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사실은 모두다 환상이지롱"은 한번 더 뒤통수를 치는 기분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