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아래
김선우
1.
바람벽 벼랑 위
홑겹 줄지어 늘어선 집들
허물어지겠구나 목을 쳐다오
허물어지겠구나 목을 쳐다오
내려앉고 있는 얼음 절벽
지붕을 얹고 있는 이들 있었습니다
얼음 속의 인골들
수수수수만년 전 처음 걸음을 배운,
내 목구멍이 언제부터
저기에 걸려 있었을까요
2
알고 있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을 안고 있었어요
당신을 안고 내가 죽어 있었어요
당신을 안고 죽은 나를 안고
당신이 죽어가던 그때처럼
몸 갚아드리기에 좋은 벼랑입니다
3
뜨거운 온천물에 사는 물고기 있다고 들었습니다
염도가 너무 높아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소금 호수에 사는 민물고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뱃가죽 밑에 짓푸른 이끼를 기르고 있는
얼음물고기인들 왜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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