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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구절

빙하아래 - 김선우

by 진욱. 2013. 6. 8.

빙하 아래

김선우

 

 

 

 

1.

바람벽 벼랑 위

홑겹 줄지어 늘어선 집들

 

 

허물어지겠구나 목을 쳐다오

허물어지겠구나 목을 쳐다오

 

 

내려앉고 있는 얼음 절벽

지붕을 얹고 있는 이들 있었습니다

 

 

얼음 속의 인골들

수수수수만년 전 처음 걸음을 배운,

 

 

 

내 목구멍이 언제부터

저기에 걸려 있었을까요

 

 

 

2

 

 

 

알고 있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을 안고 있었어요

당신을 안고 내가 죽어 있었어요

당신을 안고 죽은 나를 안고

당신이 죽어가던 그때처럼

몸 갚아드리기에 좋은 벼랑입니다

 

 

 

 

3

 

 

 

뜨거운 온천물에 사는 물고기 있다고 들었습니다

염도가 너무 높아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소금 호수에 사는 민물고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뱃가죽 밑에 짓푸른 이끼를 기르고 있는

얼음물고기인들 왜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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