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규 작가는 현시대의 젊은작가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작가이다. 요즘은 약간 숨고르기 하는 기분이지만, 보통 이런 작가들은 숨고르기 후에 좋은 작품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어 기대가 된다.
사람의 신화는 일단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각 단편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사람'이다.
등장인물들은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다. 이유는 사회적인 이유일수도 인간자체로서의 제약일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던 자신은 현재 살아있고 그렇기에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그 현실을 견뎌내야 한다. 사람이라는 존재이길 거부(거미, 사람의 신화)하기도하고, 세상의 흐름에 반하여 살기도(폭우속으로 걸어가다)하고 치유를 통해 벗어나거나(바람속에 눕다) 속물이 되기도(너에게 가는 길) 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들을 지금까지 나를 길러준 것(과 사람들)에게 밝히는 나의 고백"이라고 했듯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고 자신의 삶이라는 생각을 갖고 읽을 필요가 있을듯하다.
각 단편들에서는 태어나기를 사회에 순응할 수 없게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 점점 세상에 익숙해져버리는 '글쟁이'의 고뇌가 여기저기에 묻어난다. 이런 고뇌는 세상에 익숙해질 수 없는 자신을 위해 에밀 아자르라는 가상의 인물을 탄생시켜 자신을 방어하려했던 작가 로맹가리를 떠올리게 한다. 손홍규의 작품과 에밀아자르의 '가면의 생'에서 나오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은 단지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계문강목과속종,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 사람. 그 어디에도 나는 속하지 않는다"(사람의 신화, p10) "나는 뱀을 위해 울어주었다"(p37)
"종과 속의 법칙에서 벗어나기 이해 한두번 더 비단뱀을 동원했다."(가면의 생, p69)
손홍규에게 세상은 '인간의 언어를 익혀야만' 하는 곳이고 '정신이나간때면 그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고 정신이 들때면 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또한 '도전이 불가능한, 도전조차 받아주지 않는' 곳이다. 에밀 아자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자르는 자기 자신과 스스로의 위선에 대해 더 이상 수치심을 느낄 수 없는 선모, 아스파라거스, 또 다른 그 무엇, 친수성췌사 같은 것이 되려 애썼으나 소용없었다. 가엾은 녀석, 인간이 되지 않으려 몸부림칠수록 그는 점점 더 인간과 비슷해져갔다"(가면의 생, p81)
에밀아자르라는 가면으로 위장해서 겨우 연명해가던 로맹가리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자살을 선택했다.
손홍규는 '사람의 신화'에서 많은 선택을 말해주고 마지막에 위치시킨 소설 '너에게 가는길'에서 현실과의 타협을 이야기한다. 세상에 익숙해져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타락해가는 삶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이고... 그것은 운명이라며...
어떤 것도 답이 될 수는 없다.
그저그렇게 살아가다보면 그것이 답이 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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