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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 그러나 아름다운 연주가 남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 제프 다이어 📖 재즈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바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나도 멋있어 보이기 위해 재즈를 들어보려 했지만, 왜 항상 초창기 재즈부터 설명해주는지, 그리고 왜 요즘 재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ㄷ 않는지 의문이었다. 📖 재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 역시 모든 재즈 관련 책들이 그러듯 레스터 영, 텔로니어스 멍크, 버드 파월, 벤 웹스터, 찰스 밍거스, 쳇 베이커, 아트 페퍼, 그리고 듀크 엘링턴이라는 초창기 재즈 연주자들을 그려낸다. 재즈를 들을 때 다른 이의 연주를 차용하여 자신의 소리로 바꾸는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며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알고 들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새로운 창조라고 생각하며 들을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 2022. 4. 1.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x남궁인 📖 제목인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는 이 편지의 핵심이며, 모든 사람들 사이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상대는 나와 다른 독립된 존재이기에 당연히 오해가 뒤따른다. 누군가는 그 오해를 가만히 둘 것이고, 또 누군가는 오해를 구체적으로 집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이다. 📖이슬아는 그 오해를 구체적으로 집어내는 사람이고, 남궁인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사람으로 이슬아가 남궁인을 이끌어내는 양상이다. 피상적인 관계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다. 초반에 그녀가 '답장을 주신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더 좋은 우정의 세계에 진입할 것입니다'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좋은 서간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좋은 대화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 2022. 1. 4.
『쳇 베이커』 - 제임스 개빈 📖 소설이나 음악이나 예술가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독립된 삶을 산다고 생각하기에 작품과 예술가는 따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려 해도 자꾸 다른 생각이 들게 하는 음악가가 여기 있다. 📖 처음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을 들었을 때의 신비로운 목소리, 그의 부드러운 트럼펫 연주를 듣고 반해서 음주와 함께 자주 들었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본 마약으로 얼룩진 그의 삶은 그의 연주와 완전히 대척점에 있었다. 📖 이 책을 샀던 것은 그때였다. 아무리 작품과 예술가를 다르게 보아야 한다지만, 쳇 베이커는 정도가 좀 심해서 도저히 따로 보기가 힘들었다. 이럴 때 보통 두 가지 방법을 택하는데 그냥 마음에서 놓는다거나 작가를 좀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이다. 쳇베이커를.. 2022. 1. 4.
2022.01.04 할 말이 없더라도 2022년에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보기로 결심했다. 어제부터 한 결심이니 왜 4일이 첫 글이냐고 묻지 말라. 내 눈에 지금 Glengrant 15가 눈에 보인다. 12년은 마셔보았는데 15년은 아직이다. 15년은 좀 특별하다. 배치 스트렝스라는 이상한 이름을 달고 나온 이 녀석은 캐스크 스트렝스나 배럴 프루프랑 달리 '물 조금만 탔어요~'정도의 느낌이다. 어쨌던, 이제는 내가 꿉꿉한 느낌을 보이는 쉐리 위스키보다는 프루티 한 버번 캐스크, 또는 와인 피니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글렌 그란트 15는 부자가 아닌 내가 접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다. 문제는 "빨리 까고 싶다"라는 나와 "배치 스트렝스 1이면 2, 3 나올 때까지 가지고 있어보면 멋지지 않을까?"가 다투고 .. 2022. 1. 4.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사사키 겐이치 자강두천이란 말이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서 유래한 '자존심 강한 두 천재들의 대결'이란 의미다. 일본 사전 편찬계에 전설적인 두 인물이 있다. 겐조와 야마다. 이 둘이 자강두천 한 이야기를 써낸 글이 있다.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이 두 천재들이 함께 사전을 만들고, 어떤 이유로 인해 갈라지고, 각자가 또다시 엄청난 사전을 만들어낸 경위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과정과 성과를 이루어 냈는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그들의 특징은 무엇일지, 특히 그들이 갈라진 이유에 대한 추적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진정한 이유까지. 정말 흥미로운 것은 사전이라는 어쩌면 가장 필자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매체에 이 두 필자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소설에만.. 2021. 4. 27.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 뮤리얼 스파크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 뮤리얼 스파크 어떤 작은 세계만으로도 우리는 큰 세계를 표상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브로디 무리가 표상하는 어떤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브로디 선생은 자신을 따르는 소녀들을 자신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생각하게 키워낸다. 다른 이들보다 좀 더 똑똑하고 특별한 선택을 하며 매력적인 어떤 그룹. 읽으면서 브로디 선생, 로즈, 샌디, 메리 등 각자의 매력이 가득한 이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빠져든다. 서술하는 형식 역시 미래와 현재를 넘나들고 샌디의 몽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등 흥겹다. 거기에 배신자는 누구인가라는 작은 장치까지 더해져 소설이 지겹지가 않다. 하지만 읽다보면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한다. 매력적인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자평하는 브로디 선생에게 이상한 점들이 보인다. 연애의 부도덕한 부분들, 브.. 2021. 4. 19.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 김민철 나에겐 해외여행이 삶에서 필수이거나 필수에 가까운 요소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국내 여행파이고 이유는 단순하다. 비행기 값으로 술 사 먹기 위해서. 즉 내게 있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술 마시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보단 술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 해외여행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김민철 작가님은 술이나 여행 스타일에 있어서는 나와 같지만 여행의 중요도는 정반대인 것 같다. 그녀는 여행을 가야 하는데 여행을 갈 수 없기에 기막힌 방법을 찾아낸다. 그렇게 나온 책이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이다. 김민철 작가님은 '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처음 만났고, 그 책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행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또 여행에 관련된 책이 나왔으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2021. 4. 5.
네 눈동자 안의 지옥 - 케서린 조 [창작과 비평]의 서평단 활동으로 케서린 조의 『네 눈동자 안의 지옥』 의 초반부를 받아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논픽션이다. 캐러신은 아이를 출산한 후 갑작스레 '산후 정신증'이라는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고 정신병원에 갇힌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기 자신마저 현실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였으나 남편과 자기 아들을 적어둔 가계도를 시작으로 차츰 기억과 현실을 찾아간다. 이 작품은 그 과정에서 남편이 준 노트에 적어나간 기록들이다. 주인공의 노력들에서 우리는 기억을 기억하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기록이 인간 정신에게 얼마나 건강한 행위인지를 다시 깨닫게 해준다.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부분까지에는 케서린이 아직 정신증 발작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그 원인이나 극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 2021. 4. 4.
보이지 않는 잉크 - 토니모리슨 -보이지 않는 잉크 -토니 모리슨 -바다출판사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의 강연, 글 등을 모은 산문집이다. 총 43개의 짧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흑인, 여성의 그녀의 개별성에서부터 시작해서 인종, 타자, 젠더, 교육, 신자유주의 민주주의 등 사회적 문제까지 성찰한다. 이 산문집이 특별한 이유는 '소설'을 쓰는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 성찰의 눈에 대한 행동으로 자신이 어떤 작품들을 썼고 빌리어드, 재즈 등 그녀의 작품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녹여내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것을 생각하고 설계하며 글을 쓰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그녀는 독자가 소설에서 제시하는 것만 이해하고 즐기는 것으로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설사 못 알아차리는 독자가 있을 수 있더라도.. 2021. 3. 28.
[jazz] You got a friend www.youtube.com/watch?v=qde5NMy7WTU&feature=youtu.be 아티스트 : Carole King 곡 제목 : You've Got a Friend 수록 앨범 : (1971) 누구나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각자의 방법으로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럴 때 보고 싶은 사람, 그냥 순수히 나를 믿어줄 사람. 전화하면 그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의 회복은 훨씬 쉬워질 것 같다. 캐럴 킹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런 친구가 되어준다. 쉬고 싶을 때 그냥 창문을 열어두고 달빛이 있음을 느끼며 캐럴 킹의 You got a friend를 듣는 시간은 포근하고 상쾌한 회복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언젠가 내가 지쳤을 때, 그때는 All I have.. 2021. 3. 19.
[jazz] Feel Like Making Love 아티스트 : Bob James Quartet 곡 제목 : Feel Like Making Love at Java Jazz Festival 2010 뭔가 2인조 혼성 그룹의 사랑 노래의 전주로 써도 될듯한 시작이다. 이어지는 부분 역시 그렇다. 키보드의 귀여운 연주가 상큼한 사랑의 시작을 알린다. 재즈이지만 익숙한듯한 아름다운 멜로디 진행이다. 그리고 즉흥연주 부분으로 들어오면 기존의 상큼하고 아름다운 코드에 재즈의 자유로움이 더해진다. 하지만 과하지 않다. 살짝 느린듯한 박자와 잘 맞는다. 천천히 다가가고 천천히 나아가는 사랑이야기처럼.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건넬 때 주저하는 그 시간처럼. 특히 플룻이 신기하다. 데이브 멕 머레이의 플루트 연주인데, 난 플루트는 처음 접한 것이 대학교 때 친구 여자 친구의 .. 2021. 3. 17.
불평등의 세대 - 이철승 민주 사회를 만들겠다고 자신들을 희생해가며 운동하던 사람들을 지도 권력으로 만들었고 변화된 세상을 기대했다. 자유로운 개인이 서로 존중하고 사회적 위험을 분담하고, 노동의 대가를 적절히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도 같다. 왜 일까? 이철승의 는 그 이유를 들려준다. 핵심은 386 세대가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세대의 기회(운)를 통해 이 위계 구조의 상층을 '과잉 점유'하면서 세대와 위계가 얽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민주주의 투쟁 등 이념으로 만들어진 연대와 그 이념으로 만들어진 노동조합 등 단체이다. 운은 금융위기와 베이비붐이라는 시대를 타고났다는 것,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시기였다는 것.. 2021. 3. 17.
[jazz] Bewitched, Bothered and Bewildered 아티스트 : Brad Mehldau 곡 제목 : Bewitched, Bothered and Bewildered 수록 앨범 : (1998) 부드러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가 이어진다. 제대로 번역한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말로 하면 '요염한, 귀찮은 그리고 당황스러운'이려나? 어느 날 갑자기 나이가 좀 들어버린 나에게,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랑의 감각이 다가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둥둥거리는 베이스가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피아노는 사랑의 감정에 빠져 흐뭇하다가도 "뭐야? 이게 뭐야?"라며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목소리가 함께 있는 버전도 들었는데, 언어를 통한 감정이 더해지긴 하지만 왠지 이 노래는 피아노만으로 전달되는 감정이 더 좋다. 사랑은 말하.. 2021. 3. 16.
[jazz] Night And Day ::아티스트 : Joe Pass:: ::곡 제목 : Night And Day:: ::수록 앨범 : (1974):: 언어의 기본적인 기능이 뭘까. 의사소통, 기록, 감정표현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언어가 있어 서로 의사소통이 되고 사실이나 생각에 대해 기록할 수 있고 나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 또한 언어를 통해 사고함으로써 세상을 인식한다. 과학자들은 세계를 수학이란 언어로 이해한다고 한다. 우리는 세상을 바벨탑 이후의 우리의 언어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음악을 연주할 때 연주자들은 세상을 음악이란 언어로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슬픔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서는 슬픔이란 단어가, 우울함이란 단어가, 멜랑꼴리, 술 등이 연상되며 슬픔을 생각하듯 연주자들은 슬픔을 생각하면 어떤 선율.. 2021. 3. 14.
[jazz] Idle Moments 아티스트 : Grant Green 곡 제목 : Idle Moments 수록 앨범 : (1964) 어제 창문을 열고 잠들어서인지 살짝 감기 기운이 있다. 뭔가 멍한 상태인데, 그래서인지 지금 듣고 있는 Idle Moment의 느낌이 더욱 몽환스럽다. 그냥 템포가 느리다기보다는 모든 연주자들이 약간 삶에 염세를 느낀 기분으로 연주가 진행된다. 열심히 살려고 꾸역꾸역 힘을 내보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노력이 너무나 허탈하고 그냥 되는대로 살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럴때 탁자를 손으로 천천히 톡톡 두드리는 느낌이랄까. 나도 2주정도 너무 바빠서 좀 지쳤다. 이번 주말은 이 기분으로 보내볼까 한다. 내일은 밖에도 안나가고 집에서 이 템포의 기분으로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잠도 자야겠다. 2021.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