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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 소준철 2021.02.16 ~ 02.21 집에서 플라스틱이나 병이 생기면 가능한 한 깨끗하게 해서 아침에 밖에 빼둔다. 원래는 저녁에 두어야 하는데, 아침에 빼두어야 할머니들에게 기회가 생기기에 일부러 아침에 빼두곤 했다. 그게 용돈일지 아니면 생계일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그러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얼마나 모아야 돈이 될까? 저분들은 어떻게 재활용품을 모을 생각을 하셨을까? 왜 서울시나 정부에서는 하청업체를 통해 깨끗하게 정리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거기에 대한 답과 함께 더 큰 숙제를 던져준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이 생겨나는데는 재활용품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도시와 돈이 필요한 노인, 그리고 재활용 산업이 맞물려 있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은 여기서 발생하는 제도적 빈공간에서 재활용품을 '낚아.. 2021. 2. 22.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유제프 차프스키 2021.02.15 ~ 02.19 며칠 전에 읽었던 는 작가 모드 쥘리앵이 완벽한 아이를 만들겠다는 집착을 가진 아버지에게 완전한 정서적 지배를 받으며 집에 갇혀 지내던 절망적인 상황을 동물과 책과 음악을 통해 견디며 벗어나는 이야기였다. 그 뒤로 선택한 책은 유제프 차프스키의 였다. 아이는 처음부터 세상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고, 갇힌 곳에서 자라났지만 책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되고 버티고 밖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른은 어떨까? 이미 세상을 알고 있고 비이성이나 부조리에 대한 두려움과 분함도 알고 있는, 그래서 절망이 가장 쉬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른은? 유제프는 수용소에 갇혔고, 수많은 동료들이 죽는 것을 지켜본다. 절망만 남았을 그곳에서 정말 생각도 못 할 방법으로 그와 동료들은 .. 2021. 2. 22.
1일1클래식) 일출 미사 중 '천체' 'The Spheres' from Sunrise Mass by Ola Gieilo www.youtube.com/watch?v=1V_nTWcrprI open.spotify.com/album/4WKlEUumYxin795YWcXMxb?highlight=spotify:track:5da8JkhYKzpM8hXvRMPbBz Dark Night of the Soul Sankt Annæ Concert Choir · Album · 2017 · 7 songs. open.spotify.com 뉴욕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 작가로, 한겨울 밤에 집으로 돌아오던 중 받은 영감으로 음반을 작곡했다고 함. 창문을 통해 별빛 아래 호수를 바라보다 북극광의 '지독한 아름다움'과 오로라의 '강력한 자기장'을 생각했다고 함. 목소리의 질감과 .. 2021. 2. 19.
1일1클래식) <쉰들러 리스트> 테마 테마 - 존 윌리엄스 Theme from Schindler's List open.spotify.com/album/1I3unGxGIIxCQkYPlzzaL8?highlight=spotify:track:42gZM6AQ9BDMaTyTmMDVlN Schindler's List John Williams · Album · 1993 · 14 songs. open.spotify.com www.youtube.com/watch?v=YqVRcFQagtI 2021. 2. 18.
완벽한 아이 완벽한 아이 - 모드 쥘리앵 2021.02.06 ~ 02.14 작가인 모드 쥘리앵은 완벽한 아이를 만들어 내겠다는 아버지의 망상과 폭력 속에서 집에 갇혀 살게 된다. 악기를 배우는 이유는 수용소에 잡혀갔을 때 악기 연주하는 이들은 살 수 있어서이다. 부드러운 고기를 위해 그녀는 살아있는 송아지를 안정시켜야 하고 그 송아지가 도축되는 것을 보고 살덩어리들을 날라야 한다. 캄캄한 지하실에서 죽음을 명상해야 한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면, 그 기억 때문에 십수 년을 고통 속에 살고, 이렇게 담담하게 풀어내기까지 십수 년이 걸렸다는 것을 몰랐다면 난 이 내용을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토록 참혹한 정서적 지배가 있을 수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어린아이가 그런 환경에서도.. 2021. 2. 16.
어린이라는 세계 2021.02.02 ~ 02.15 이 책은 김영하 북클럽 2월의 책으로 읽었다. 어린이를 소재로 한 책은 처음이라 유치하거나 내 가치관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다. 어린이란 존재를 통해 나를 바라보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 사고칠지 모르니 계속 확인해야 하는 존재, 귀찮은 존재, 미래를 위해 키워 나가야하는 존재..? 정도로 생각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어린이는 참 재밋는 존재다. 우리 모두는 분명 어린 시절을 겪었기에 어린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타자화 시키고 종속된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 어린이는 어딘가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지닌 존재이다. 어린이는 존.. 2021. 2. 15.
시간과 물에 대하여 시간과 물에 대하여 - 안드리 스나이트 마그나손 2021.1.12 ~ 2.6 할아버지가 빙하에 있는 할머니를 사진을 찍는다. 손자는 왜 할머니를 더 찍는 게 아니라 빙하를 찍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수십 년 뒤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 빙하는 사라졌다. 바트나예퀴 빙하 같은 인간의 인식범위를 벗어나는 거대한 지질 현상이 사람의 일생 중에 사라진 다는 것은 우리의 이해 범위를 뛰어넘는다. 우리는 20세기 내내 지구가 이익을 내야 한다고, 산출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고 우리는 빈 곳을 점점 더 메워갔으며 그것을 상식이라고 불렀다. 우린 별 쓸모도 없는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채굴하느라 수백 수천 메가와트를 쓴다. 하지만 마하트마 간디가 말했듯이 "지구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지만 모든 사람의 .. 2021. 2. 3.
베이비 팜 본격 출산 스릴러라는데, 왜 스릴러인지는 모르겠는 소설, 엄청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만 타임 킬링 용은 아닌 소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니고 그 배경을 대표할 수 있는 네 여성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골든 오크스, 일명 '농장'이라 불리는 대리모 관리소로 모이고 그 속에서 여러 사건들이 발생한다. 이 소설은 대리모에 관한 소재로 만들어진 글이지만, 절대로 대리모의 도덕적 올바름에 대한 논의를 위한 글이 아니다. 여성의 자기 몸 결정권과 대리모의 정당성 논쟁을 주요 축으로 계층과 인종,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읽고 있는 이가 그 무자비한 현실 속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특히 요즘 뻔하게 등장하는 페미니스트 소설이 보이는 남성과 여성의 대립, 가부장제의 불합리함 .. 2021. 1. 29.
자기결정 자기 결정 국내도서 저자 : 페터 비에리(Peter Bieri) / 문항심 역 출판 : 은행나무 2015.09.21 상세보기 김영하 북클럽 함께 읽기로 알게된 책이다. 1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책이지만 생각보다 들어있는 내용이 가볍지는 않다. 너무 길어서 4줄 요약을 해보면, 1.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려면 독립성을 가져야하고, 사고와 감정과 소망을 주관하는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2. 이를 위해 경험과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하며 여기서 자아상이 만들어진다. 3. 현실적 자아상을 위해서는 자기 인식이 중요하고 자기 인식은 표현을 통해 가능하다. 4. 끊임없이 점검해야한다. --- 우리는 과연 자기 스스로 결정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스스로 결정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작가.. 2021. 1. 27.
베이비팜 창비, 사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아본 '베이비 팜' 뒷면을 보니 '본격 임신,출산,육아 스릴러'란다. 이게 무슨?? 처음보는 소재인데? 그리고 사전 서평이다보니 전체 분량의 2/3이 왔단다. '스릴러인데 2/3만 읽으면 왠지 중요한 순간에 끊겨서 안달날거 같은데'라는 예감이 들었고,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으며, 난 이제 이 책이 출간되면 사야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쨋든 그만큼 재밋다는 소리다. 스릴러라고 봐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네 여성 주인공인 제인, 레이건, 메이, 그리고 아테. 이 네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네 명의 시점이라 복잡할 수도 있을테지만 이 작품은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280페이지가 순삭되어버렸다.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행복한 가정, .. 2020. 12. 6.
그림자를 판 사나이 - 밀리의 서재에 '도슨트'가 있어서 보기 전에 보면 좋음 -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많은 것은 아니니 간단한 참고 정도로. - 1부, 15분 인터미션, 2부가 있는데 1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림자를 찾아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까지. - 1부는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나, 2부는 스토리 라인보다는 연출에 파묻힌 기분 - 연출은 좋으니 스토리 라인이 좀 아쉬웠음 - 공연장의 LED 스크린을 이용한 연출은 어마어마했으나, 음성 상태가 이상했는지 대사나 가사가 잘 들리지 않음 2020. 1. 18.
현재 보유 서적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NcIpkvC7ziIRWNqHDxvJ3Fgcx1O6sXkKuDSRUd-Fiqs/edit#gid=0 2019. 9. 3.
익선동 익선동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동안은 그냥 핫플레이스란 이유로 놀러 다녔고, '게이가 많다',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들이 많다' 등 다양한 악담으로 알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양한 역사가 담긴 곳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3곳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요 포인트들을 방문해보며 그 공간에서 있었던 시간을 느껴보고자 했다. 0.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 익선동 부근은 낙원동 166번지로 불리운다. 단일 번지로는 굉장히 큰 구역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 곳이 원래 철종의 형이 살았던 누동궁이였기 때문이다. 철종이 태어난 곳이고 후에 아버지의 사당을 지어 형이 거하도록 한 곳이 바로 이곳 누동궁이였다. 이후 일제시대에 영평군(철종의 형) 4대손인 이해승에게 정세권이 세.. 2019. 9. 2.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중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 실려있는 시이다.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하지만 정말 저쪽편에서 허공에 떠있는 못을 볼 수 있을까.. 어둠은 암흑이다. 그 속에서는 보이는 것은 없다. 그쪽에선... 깊어지는 못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을 가장 얽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둘에서 벗어날 때 가장 큰 자유를 느낀다. 비행기를 타고 공간의 억압에서 벗어난다. 밤샘 카페에서 잠을 자야할 시간에 깨어있는다. 그리고 어두운 밤에는 손만 뻗어도 벽에 손이 닿는 작은 방이 한없는 우주공간이 된다. 그렇지만... 그것은 밝은 곳에서 사는 사람이 느끼는 자유일뿐. 원래 어두운 곳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그것은 그것대로 억압일뿐..... 2017. 2. 7.
기다림의 4가지 모습. 기다리다 고양이를 보고 웃고 멍하니 생각하며 기다리고 괜히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꺼내기도 하고전화를 해보기도 하지. 기다리면서 말이야. 2013. 6. 14.